오픈더레코드#1. 빚더미에서 연 매출 100억 달성, M&A까지

오픈더레코드#1. 빚더미에서 연 매출 100억 달성, M&A까지

오픈더레코드#1. 빚더미에서 연 매출 100억 달성, M&A까지

Post Date :

2023. 6. 13.

2023. 6. 13.

2023. 6. 13.

2023. 6. 13.

‘어떤 사업하세요?’ 
‘아, 저는 유저 트래픽 기반의 플랫폼…’

싸늘하다. 언제는 유저만 모으면 매출도 따라온다며 ‘플랫폼’이라면 환영받던 이 세계였지만, 최근엔 괜히 꺼내기 멋쩍은 단어가 됐다. 요새 같은 시기에는 B2B 모델로 매출이 확실히 확보되는 사업이 제일 부러워진다. B2B 모델로 J커브까지 만든 사람이 있다면 너무 환상적이겠지.. 진짜로 배가 아파오는 것만 같다.

 실제로 2007년 창업을 시작해, B2B 영업으로만 연 매출을 100억 원까지 만들어 낸 분이 있다. 심지어 그는 첫 사업 아이템의 실패로 빚을 졌다. 마이너스의 상태에서 100억 원까지, 이는 약 8년 동안 묵묵히 꾸준히 만들어간 성과다. 회사가 대기업에 인수된 뒤에는, 영준 님은 Pre-IPO 단계의 회사에서 기술특례 상장을 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현재는 각기 다른 스테이지에 있는 기업이 투자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 오고 있다. 

이런 사람이라면, 이 인터뷰를 읽는 것이 오늘 다리 쭉 뻗고 자는 데 있어 크고 작은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 

  • B2B 모델의 사업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사람

  • 영업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싶은 사람

  • 투자를 위한 조언이 필요한 사람


🍊비타오백 들고 시작한 영업, 4,000개 지점으로 늘리기까지

Q. 처음 사업을 결심했던 때가 궁금해요.
그전까진 대기업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맡고 계셨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그때가 2007년 엄청 추운 겨울이었어요. 친구랑 스키장에 갔다가, 너무 추운데 사람도 너무 많아서 비싼 스키장 패스 끊어두고 몇 번 타지도 못했거든요. 줄을 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하나의 패스로 전국 어디에서나 스키를 탈 수 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대박인 아이템인 거예요. 집으로 돌아가서 조금 리서치를 한 후, 바로 스키장 경영협의회 사무총장님을 찾아갔죠. 

Q. 아니 어떻게 바로 사무총장님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셨죠…? 
아 제 아이템과 사랑에 빠져버린 거죠 ❤️‍🔥. 그때 그러면 안 됐었는데, 사실 여기서부터 실수였어요. 결국 망했거든요(웃음). 그때의 저는 무조건 의사결정자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당시 인터넷에서 사무총장님의 주소를 찾아 돌진했던 것 같네요. 
그때 저희를 좋게 봐주신 사무총장님이 여러 스키장을 운 좋게 연결해 주셨어요. 그 인연으로 여러 스키장과 계약까지 맺고, 제 퇴직금이랑 시드머니까지 넣어서 하드웨어 개발까지 완료했긴 했는데요. 결국 한 번 쓰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망했죠. 스키장은 너무 춥고 습해서 안 그래도 하드웨어 테스트를 꼼꼼히 해야 하는 환경인데, 이 스키장이라는 곳이 오픈 일이 딱 정해져 있지 않거든요. 눈이 오면 바로 다음 날 개장해야 하다 보니, 결국 하드웨어 테스트도 못 하고 눈앞에서 끝나버렸어요. 

Q.  …. 진짜 쓰리셨겠어요. 
쓰라리죠. 근데 스키장 환경이 문제이지, 제 아이디어 자체는 여전히 괜찮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당시 공동대표와 함께 대상을 스키장이 아닌 헬스장으로 피봇해보자는 결심을 했죠. 

Q. 그렇게 피봇한 모델로 10년 후 연 100억 규모의 매출을 내는 O2O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거군요. 
그런 셈이죠. 많은 헬스장을 파트너사로 영업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어요. 10년이 지나니 4,000개 정도의 파트너사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1만 개의 헬스장이 있었으니 40% 정도가 저희 파트너사였던 거죠. 


Q. 회사에서 영업도 총괄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어떻게 ‘영업왕’이 되실 수 있었는지 너무 궁금한데요. 처음부터 좀 소질이 있으신 편이었나요? 
그럴리가요 ㅎㅎㅎ. 첫 영업하러 나간 날이 아직도 생각나요. 스키장과 헬스장은 또 달랐거든요.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당시 오피스가 있었던 경기도 지도를 눈앞에 붙여두고 한참을 바라만 봤어요. 결국 제일 챌린지가 적을 것 같은 구를 고르고 고른 후, 비타오백을 한 박스 사서 약속 장소에 나갔죠. 

Q. 역시 영업엔 🍊5️⃣0️⃣0️⃣이었나요?
그날 크게 배웠어요. 아 이렇게 하면 큰일 나겠구나(웃음). 제가 공동대표이자, 영업 팀을 총괄하고 있다 보니 스스로 부단히 배우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Q. 영업을 잘하기 위해, 어떤 것을 하는 게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나요? 
한마디로 말하면 ‘거절당하지 않고 약속을 잡을 수 있는 전략을 마련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한숨에 되었던 것은 아니죠. 먼저 제안서와 계약서를 잘 다듬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다른 레퍼런스를 끊임없이 보고 공부하다 보니 업계의 언어로, 업계에서 잘 반응하는 메시지로 다듬어지더라고요. 그리고 현장에서의 워낙 다양한 거절을 겪다 보니, 점차 나름의 스크립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지금 영업에 고민이 있으신 분이 있다면, 아래 3가지를 추천할 것 같아요.

❶ 제안서와 계약서 다듬기
❷ 자신이 파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❸ 영업 현장에서의 스크립트 마련하기. 

❶ 제안서와 계약서 다듬기:
이 또한 기본이겠지만 ‘좋은' 제안서와 계약서를 실제로 잘 작성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제안서와 계약서만 봐도 얼마나 준비된 회사인지 티가 나는 만큼 비즈니스 도메인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포맷, 용어부터 플로우까지 잘 다듬어져 있어야 합니다. 다른 회사의 제안서를 많이 따라 만들어 보거나, 제삼자와 함께 보면서 고쳐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거예요. 

❷ 자신이 파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팔고 있는 것이 명확하다고 생각하지만, 특히 비즈니스 구조가 복잡하거나 포지셔닝이 명확하지 않을수록 이가 흔들릴 수 있어요. 어떨 때는 ‘열정' 자체를 팔러 나오기도 하거든요. 특히 최종 고객이 누구인지 잘 아는 것도 중요해요. O2O 서비스나 플랫폼의 경우, 마치 양쪽 모두 고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최종 고객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파악해야만 영업할 때도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❸ 영업 현장에서의 스크립트 마련하기:
영업 현장에서도 기승전결이 있어요. 각각의 스테이지마다 어떤 얘기를 해 나갈 것인지 잘 정돈되어 있어야 하죠. 특히 ‘의사결정자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업계에서 통하는 언어는 무엇인지''를 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 만들 때 Product/Market Fit 찾듯이, 그 시장에서 먹히는 단어와 표현들을 찾아야 해요. 그냥 무턱대고 가서 ‘이것 좀 사주세요.’ 하면 절대 아무도 안 사겠죠. 상대방이 관심을 가지게 만들 장치들을 만들어야 해요.


Q. 영업에 고민이 있으신 분들께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영업 프로세스를 정돈하고서 곧바로 4,000개까지나 매장을 확대하신 건가요? 
아뇨. 그렇게 3~4년 정도 영업을 하니 제휴사가 딱 100군데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당시엔 이 정도도 충분하지 않나 싶었죠. ‘이 정도면 나이키와 제휴도 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도 붙여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설레던 나날들이었어요(웃음). 

그러다 현재 개인적으로 멘토로 생각하는 분이 한 질문을 던졌는데, 그 질문이 머리를 세게 때리는 것 같았어요. ‘헬스장 전체 시장의 규모를 아시나요?’라고 물어봤는데 저는 당시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거든요. ‘모른다'고 대답하고 나니 기분이 싸했죠.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제야 제가 하는 업의 본질이 ‘점유율 게임’이라고 정의할 수 있었어요. 


Q. 점유율 게임… !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아래 표는 란체스터-후나이의 점유율 법칙인데요. 이 법칙에서는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 7%의 점유율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해요. 점유한 것만으로 이익이 나기 위해서는 26% 정도 시장 점유율이 필요했죠. 그때 처음으로 영업팀에 제대로 된 목표를 설정했던 것 같아요. 당시 전국에 1만 개 정도의 헬스장이 있었으니, 그 26%인 2,600개의 제휴사를 만들자고요.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나니, 팀은 2,600개를 넘어 10년 후에는 4,000개까지 제휴사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Q. 그렇게 빠르게 제휴사를 늘려가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그때 영업 시스템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영업을 통해 거래(딜)이 만들어지는 순간은 크게 2가지거든요. 약속을 잡는 것과, 약속 장소에서 딜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그래서 팀도 이렇게 두 개로 쪼개어버렸어요. 약속만 잡아주는 팀과, 그 약속 장소에서 정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서 계약을 따 오는 팀. 이렇게 팀별 목표가 좁아지니 성과가 올랐고, 결국 자연스럽게 전체 영업팀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어요. 물론 이렇게 하루아침에 된 건 아니지만요! 


다음 라운드로 회사들을 레벨업 시키며 배운 것들

Q. 앞서 창업했던 회사가 대기업에 인수되고, 현재는 다른 회사의 부대표로서 막 시리즈 A를 클로징하셨다고 들었어요.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ㅎㅎ. 사실 처음부터 투자 관련 업무를 맡아서 간 것은 아니었어요. 입사할 때 분명 대표님이 ‘투자 거의 다 마무리됐어요~’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입사 하고 며칠 뒤, 대표님이 쭈삣거리며 다가오셨어요. 일종의 SOS이었던 거죠. 투자 관련 논의는 계속되고는 있었는데, 클로징이 자꾸 미뤄지고 있었거든요. 

Q. 영준 님이 다시 보았을 때, 클로징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나요?
들여다보니 매출이 나쁘지도 않고, 팀의 전문성도 좋았지만, 도장까지 찍게 하는 한끝이 필요해 보였어요. 3가지를 함께 개선해보자고 말했죠.
❶ 너무 많은 내용을 하나의 장표에 다 담지 않는 것,❷ 투자자들의 팔로업 요청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 그리고 ❸ 피칭을 하는 대상의 규모에 따라 발표 및 QnA 전략을 새로 짜는 것이요. 

특히 장표를 만들 때나 피칭 전략을 세울 때는 외부인의 시선이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장표에서 너무 많은 내용이 들어가진 않았는지, 새로운 시선으로도 함께 보고 메시지를 심플하게 다듬어 보는 것이죠. 피칭 전략에서도 듣는 사람이 10명인지, 100명인지 그리고 해당 도메인에 대한 전문성이 얼마나 있는 사람들인지에 따라 강조할 지점이 달라져요. 이 전략을 같이 세워보면 딜리버리의 수준이 많이 달라지죠. 


Q. 지금처럼 ‘투자 빙하기, 혹한기 🧊'라고 불리는 시기에 투자를 앞두신 분들이 걱정이 많을 것 같아요. 다양한 스테이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첫 투자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일단 자본 시장의 언어로 회사의 목표를 꼭 잡아봤으면 좋겠어요. 언제까지 계속 기업으로 남을 것인지 혹은 전략적으로 나보다 더 잘하는 회사와 합쳐서 시너지를 낼 것인지 등의 회사의 마지막 그림에 대한 고민을 빈번하고 깊게 해야 한다는 거죠. 사업의 목적은 투자가 아니거든요. 투자는 시작일 뿐, 그 이후엔 수많은 난관과 책임져야 할 것들이 기다리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재무적인 목표를 단단히 잡고, 이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투자를 받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과정이 없이 일단 투자만 받게 되면, 굉장히 흔들리는 일이 많을 거예요. 

또 하나를 더 꼽자면, ‘우리 팀이 잘할 수 있는 것 하나를 명확하게 선언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하다 보면 우리 팀은 이것도 잘하고 싶고 저것도 잘하고 싶고 하겠지만, 다 잘할 순 없거든요. 우리 팀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정하고, 왜 잘할 수밖에 없는 팀인지 설명하는 것이 초기 팀에서는 가장 중요할 것 같네요. 

Q. 어떻게 보면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동시에 정말 어려운 얘기인 것 같아요. 
제가 중간에 몸담았던 회사 중에 투자 클로징을 막 한 회사가 있었어요. 몇 군데 만났었냐고 물었는데, 110군데를 만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되게 부끄러웠어요. 저도 투자를 정말 받고 싶을 때가 있었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내가 간절하다고 해서 몇 군데나 만나봤을까. 뭘 그렇게 안 된다고 단정 지었을까 싶더라고요. 

이렇게 만나고 두드리는 게 어떻게 보면 좋은 전략 같아요. 그중에서 가장 잘 맞는 곳을 결국엔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창업가나 대표로서 잊으면 안 되고요. 이런 간절함이 있는 분이라면, 제가 도움드릴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역시 대표는 회사는 낙관과, 그 낙관을 현실로 만들려는 간절함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영준 님과 만나며 느낀 점을 시간이 없는 우리 현대인들을 위해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영업을 잘하기 위해서, 영준 님은 가장 먼저 아래 세 가지를 해 보기를 추천한다.
❶ 제안서와 계약서 다듬기
❷ 자신이 파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❸ 영업 현장에서의 상황별 스크립트 마련하기. 

  1. 영업에는 목표가 아주 중요한데, 그 목표를 세우는 데 있어 란체스터-후나이의 점유율 법칙을 참고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6%가 점유율만으로 이익이 나는 최소한의 숫자라면, 현재의 마켓 쉐어와 이 숫자를 빗대어 목표를 조정할 수 있다. 

  2. 영업 프로세스별로 팀을 따로 구축하여 영업팀을 스케일업하고 비약적으로 성과를 달성시킬 수 있었다. 

  3. 영준님은 지금 투자를 받는 것을 고민 중인 회사에 먼저 이 두 가지를 고민해 보라고 추천한다.
    ❶ 자본 시장의 언어로 회사의 끝 그림 잡아보기
    ❷ 우리 팀이 잘할 수 있는 것 딱 한 가지를 명확하게 선언하기 


대화 내내 영준 님은 참 겸손했지만, 누구보다 탄탄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부진 답변을 내어놓았다. 동시에 너무 좋은 공감 능력을 가지고 계셨다(성공한 대표님들 중 흔치 않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영준 님은 비단 B2B나 영업에 대한 고민 뿐만 아니라,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주실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영준 님과 1:1로 더 깊은 대화를 해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살펴봐 주세요!